오늘은 3D 프린터로 피펫 홀더(pipette holder)를 만드는 과정 및 그 긴 삽질 과정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ㅎ 피펫 홀더가 뭐냐하면 말이죠..
바로 요것입니다. 흔히 실험에서 많이 사용하는 피펫, 혹은 파이펫을 걸어두는 용도로 쓰는 것이지요.
피펫 홀더를 옆에서 바라 본 모습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피펫 홀더를 선반 등에 고정하는 나사 부분입니다.
피펫 홀더 아래쪽은 이렇게 생겼구요. 즉, 뒤쪽의 나사를 돌려 선반에 끼운 후, U자형 모양의 걸이 부분에 피펫을 넣으면서 걸어서 보관하는 것이지요.
이 피펫 홀더를 2개 더 살까 하다가 그냥 머리도 좀 굴리고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프린터봇 플러스(Printrbot Plus)의 작동 여부도 확인할 겸 3D 모델링 및 3D 프린터로 2개 더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역시 삽질은 사서 하는 체질인가 봅니다ㅎ
대략 4개월 정도 사용 및 관리를 하지 않은 제 3D 프린터, 프린터봇 플러스의 현재 상태를 테스트해볼 겸 볼트와 너트를 출력해보았습니다. 볼트와 너트 3D 모델링 파일은 https://grabcad.com/library/nut-bolts-1에서 가져왔습니다.
사용한 필라멘트는 XYZ프린팅 정품 natural 색상 PLA 필라멘트이구요, 3D 프린터 세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적층높이 300마이크론, shell thickness 1.2mm, retraction(+), Fill bottom/top thickness 1.0mm, fill density 15%, print speed 60mm/s, printing temperature 200도, bed temperature 50도, 서포트(-), retraction speed 70mm/s, retraction distance 3.5mm, cooling(+)
출력완료까지 대략 3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저는 3D 프린터를 테스트할 때 주로 볼트와 너트를 출력하는 편인데요, 이 이유는 3D 프린터로 출력한 볼트와 너트가 잘 맞아들어가면 캘리브레이션이 잘 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볼트와 너트를 체결시켜보았는데요..
와.. 4개월 동안이나 관리를 하지 않은 것 치고는 한번에 맞아 들어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볼트와 너트가 잘 맞아들어갔기 때문에 추가적인 캘리브레이션은 하지 않고 리니어 레일(linear rail) 쪽에 윤활제만 잘 발라주었습니다.
이왕 볼트와 너트 잘 뽑은 김에 피펫 홀더의 나사 부분을 추가로 3D 모델링하지 않고 그냥 이 볼트와 너트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몇개 더 뽑았습니다.
출력 세팅과 사용한 필라멘트는 전과 동일하구요, 출력완료까지 대략 45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볼트와 너트를 모두 출력 후 함께 체결시켜보니..
역시나 잘 맞아들어갑니다ㅎ
나사 부분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피펫 홀더의 본체를 만들어 볼 차례입니다.
일단 오리지널 피펫 홀더 각 부분의 수치를 버니어 캘리퍼스로 일일이 하나하나 재는 과정이 바로 역설계(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의 첫 단계이죠ㅎ 그 다음 그 수치들을 사용하여 3D 모델링을 뚝딱뚝딱 시행합니다.
3D 모델링해본 모습입니다. 피펫 홀더를 3D 프린터로 한번에 출력하면 참 좋았겠지만, 피펫 홀더의 구조상 서포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한번에 출력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더라구요. 그래서 나사와 연결되면서 선반에 고정되는 부분과..
피펫이 직접적으로 고정되는 부분으로 각각 나누어서 3D 모델링했습니다.
선반에 고정되는 부분을 출력하는 모습입니다.
세팅은 이전과 동일하구요, 출력 완료까지 약 2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대략 이만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6각형 구멍에 너트가 끼워져 고정되고 그 너트에 볼트가 체결되게 됩니다.
선반에 고정되는 부분과 피펫이 직접적으로 고정되는 부분은 위와 같이 나사 홈을 만들어 놓아서 추가적인 볼트와 너트로 조립되게 구상하였습니다.
자, 테스트용이긴 하지만 머릿속으로만 구상했었던 것들을 3D 프린터로 출력했으니 실제로 잘 맞아 떨어지는지 너트를 끼워봤습니다.
음?
ㅠ_ㅜ 나사가 잘 들어가지 않아 나무 망치로 쳐서 억지로 끼워 넣었더니, 출력된 부품 자체에 금이 갔습니다. 역시 공차의 개념을 제대로 3D 모델링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일단은 급한대로 순간접착제로 고정했습니다.
선반에 고정되는 부분에 볼트와 너트까지 조립하면 이와 같은 모양이 되게 됩니다.
자, 이번에는 피펫이 고정되는 부분을 출력할 차례입니다.
3D 프린터 세팅은 전과 동일하구요, 출력 완료까지 약 4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전체적인 크기와 모습은 이만합니다.
여기에 피펫이 고정되게 되구요.
선반에 고정되는 부품과의 연결을 추가적인 볼트와 너트로 구현하기 위해 너트가 끼워지는 부분을 추가로 3D 모델링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너트가 들어가게 되지요. 너트에 열을 가하면서 출력물에 너트를 접촉시켜 서서히 출력물을 녹여 적당한 위치에 너트를 안착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저는 너트가 장착될 부분을 3D 모델링 단계에서 그냥 만들어 놨지요.
테스트용이긴 하지만 일차적으로 완성된 피펫 홀더의 모습입니다.
옆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각 부품이 추가적인 나사로 잘 체결도 되..는 것처럼 보이시죠? 제가 계속 의도적으로 '테스트용이긴 하지만' 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이유는, 뭔가 에러가 있기 때문이죠ㅠ
앞서 선반에 고정되는 부분에 너트를 끼울 때 부품에 금이 간 것도 그 에러 중 하나구요..
가장 결정적 에러는 3D 모델링을 할 때 나사가 끼워지는 부분의 구멍 위치를 잘못 설계한 것이었지요. 이래서 사람은 똑똑해야 한다는 겁니다ㅠ
그래서 추가적으로 3D 모델링을 수정하고 다시 출력했습니다. 나사 구멍 위치도 정확하게 다시 설계하고 적당한 공차를 주어 조립되는 과정에 출력물이 파손되지 않도록(!!!) 조정했으며, 피펫이 너무 꽉 끼워지지 않도록 피펫 홀더의 폭을 약간 손봤습니다.
자, 3D 모델링 수정 후 한꺼번에 출력하기로 했습니다.
출력 스타트! 세팅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출력 완료까지 약 10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적층높이 300마이크론으로 해서 망정이지, 100마이크론으로 했으면 30시간 넘게 걸릴 뻔 했군요ㅎ
3D 모델링 수정 후 재출력된 피펫 고정 부분입니다.
피펫을 잡아주는 부분이 너무 꽉 끼지 않도록 위 사진에서 보이는 부분을 수정했구요.
선반에 고정되는 부분에서는..
피펫 고정 부분과의 연결 부위가 쉽게 파손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stiffener(직각으로 연결된 부분 사이을 채워주는 삼각형 모양의 구조물)를 추가했습니다.
너트 체결도 잘 되구요.
3D 프린팅된 너트도 잘 들어가네요.
자, 이제 뚝딱뚝딱 조립을 해봅시다ㅎ 볼트가 가하는 힘으로부터 표면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와셔(washer)를 사용했습니다.
짠! 최종 완성된 피펫 홀더의 모습입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구요.
3D 프린터로 만들어진 볼트와 너트가 잘 조립되어 있구요.
추가적인 볼트와 너트로서 선반 고정 부분과 피펫 고정 부분이 잘 조립되어 있습니다.
이 피펫 홀더를 아래쪽에서 보면 이와 같은 모습이구요.
뒤쪽에서 다시 바라보면, 피펫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부분 또한 존재합니다.
이렇게 2개의 피펫 홀더가 3D 프린터로 추가 제작되었습니다ㅎ 이제 실제 피펫을 장착시켜볼까요?
짠! 실제 피펫들이 3D 프린터로 제작된 피펫 홀더에 장착된 모습입니다.
좀 더 클로즈업해본 모습이구요.
피펫이 장착되는 부분 앞쪽에 약간의 요철이 있어 피펫이 빠지는 것을 방지합니다.
피펫 잡을 때 손가락에 걸리는 부분은 위와 같이 피펫 홀더에 걸쳐지게 되구요.
피펫의 뒤쪽은 위와 같이 추가적으로 감싸지게 됩니다ㅎ
오늘은 프린터봇 플러스 3D 프린터를 사용하여 피펫 홀더를 제작해보았습니다. 제작하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치를 잘 측정해서 설계에 정확히 반영해야 삽질을 덜합니다.
2. 역설계하려는 대상과 사용되는 물질이 다르므로(이 경우에는 PLA), 그 물질이 바뀜에 따라 달라지는 대상의 특성을 잘 고려하여야 합니다. 참고로 본 피펫 홀더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경우에서 더 단단하고 딱딱하여 피펫이 장착되는데 있어서 무리가 없도록 수치를 약간 변경해야 했습니다.
3. 삽질을 가장 덜하는 방법은 그냥 돈주고 기성제품을 사는 것입니다ㅎ
지금까지 메이드인네버랜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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