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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 관련 정보

3D 프린터 노즐이 막히면 올리브 오일로 고친다?

by MadeInNeverland 2015.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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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 그동안 포스팅이 뜸했던 이유는 생업으로 바빴던 일도 있었지만, 제 3D 프린터인 프린터봇 플러스가 출력이 계속 안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출력을 걸어놔도 중간정도 되면 익스트루더(extruder)에서 툭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clicking) 필라멘트가 더이상 압출이 되지 않는 증상이 계속 발생하더군요. 즉 항간에서 말하던 핫엔드(hotend)의 막힘(clogging)이 계속 발생했던 것이지요. 이 문제로 버린 필라멘트 양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필라멘트 쓰레기(?) 양의 대략 3배 정도를 이 문제로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버렸으니까요.



출력을 중지하고 필라멘트를 제거해보면 위와 같이 앞쪽은 못나가고 뒤쪽은 채워져서 필라멘트가 핫엔드 안에 가득 찬 형태로 있거나..



아니면 위의 사진처럼 노즐에까지 가득한 상태의 뾰족한 모양의 필라멘트 끝이 함께 뽑혀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즉, 노즐까지는 필라멘트가 도달을 했는데 여기서 어떤 이유로 막혀서 압출이 안되었다는 것이지요.


정말 수많은 테스트를 해보았습니다.


1. 쿨링팬 때문에 노즐 끝이 너무 냉각이 되서 막히는 것인지 확인

: 쿨링팬의 도달 퍼센트를 30%, 50%, 70% 등 여러가지로 세팅해도 막히고 심지어 쿨링팬을 끄고 출력해도 막히더군요-_-


2. 필라멘트 자체의 문제인지 확인

: 제가 출력에 계속 실패한 것이 Colorfabb사의 PLA/PHA 필라멘트 중 Ultramarine 색상이었는데 혹시 이 필라멘트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예전에 대형 출력에 성공했었던 Colorfabb사의 PLA PHA standard black 필라멘트를 사용해보았습니다..만! 그래도 막혔습니다-_- 특이했던 건 다른 회사의 PLA 필라멘트는 출력이 되긴 되더라구요. 하지만 출력 품질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으며 오래 출력을 걸어놓으면 막히더군요;;


3. 핫엔드 문제인지 확인

: 사실 핫엔드가 막히는 문제점은 현재 핫엔드로 바꾸기 전, 그러니까 E3D-V6 핫엔드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핫엔드를 바꾸어보자'란 생각에 이번 프린터봇(Printrbot) Ubis 13 핫엔드로 바꾼 것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계속 막혔습니다-_-


4. 핫엔드의 온도 문제인지 확인

: 혹시 필라멘트를 용융하는 핫엔드의 온도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190도, 195도, 200도, 210도, 220도 등 여러가지 온도에서 다양하게 출력해보았습니다만.. 그래도 다양하게 계속 막혔습니다-_-


5. 노즐과 히팅베드간의 간격 문제인지 확인

: 노즐과 히팅베드가 너무 가깝게 붙으면 필라멘트가 압출되는데 너무 큰 압력이 걸리게 되서 막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Z축 offset을 여러가지 값으로 조정해보았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6. retraction 문제인지 확인

: 혹시 retraction 문제인가 싶어서 retraction 값을 0.5, 0.8, 1.0mm로 바꿔보기도 하고 아예 retraction 기능을 꺼보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정도 되니 출력을 하기가 싫더군요;;; 그래도 나름 3D 프린터를 사용하고 3D 프린팅을 실험하는 일이 메인인 블로그인데, 이런 상황이니 포스팅을 할 수도 없었구요ㅠ



구글링도 계속하고 여러가지로 해결방안을 계속 찾아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버렸지요ㅠ


그러던 중.. 하나의 글을 발견하게 됩니다.


http://forums.reprap.org/read.php?262,517095


바로 이 글입니다.


이 글은 외국의 유명한 3D프린터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람이 질문글을 올린 것이었는데요, 글의 제목이 바로 "clogging issues with red PLA from RepRapper Tech"였습니다. 이 글의 작성자도 풀메탈 핫엔드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PLA를 사용할 때 계속 막히는 증상으로 고민하던 분이었습니다.


이 글에 달린 답변을 보던 중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게 됩니다.



사용하는 풀메탈 핫엔드면 후라이팬에다가 올리브 오일 넣고 핫엔드 넣어서(?!) 중탕으로 cook(???)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죠 당연히! 아마 작성자도 저런 멘탈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저 답변에 작성자가 올리브 오일을 핫엔드 안에 피펫 등을 사용하여 넣으라는 것인지 질문하는 답변을 다시 달았더군요. 그것에 대한 답변으로 다음과 같은 답변이 달렸습니다.



즉, 필라멘트 끝에 올리브 오일을 묻히고 이를 정상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로 압출시키라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코팅이 되서 PLA가 핫엔드 안쪽 배럴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흠.. 고민을 좀 했지요. 이제 진짜인가..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되는데.. 아 올리브 오일은 직접 먹는게 아닌가.. 하지만 맨 마지막에 달린 답변이 다음과 같이 좀 긍정적이더군요.


정말 도움이 되었다는 이 답변 때문에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올리브 오일을 구해야하는데.. 집에 올리브 오일이 없더군요;;;



홈플러스에서 급하게 조달한 올리브유입니다. 수많은 올리브유에서 가장 싼 가격대의 제품을 골랐지요. 3천 얼마던가.. 그래도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 올리브 오일입니다ㅎ


스페인산 압착 올리브유 100%라고 되어있습니다.


일단 이를 사용하기 전에 아무 것도 안한 상태에서 핫엔드가 막히는지 출력 테스트를 한번 더 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렇게 좀 출력이 되다가.. 시간이 지나니 역시나 막히더군요-_-


이제 올리브 오일을 이용해서 테스트를 해봅시다.



종이컵에 올리브 오일을 약간 담고..



여기에 필라멘트 끝을 담근 뒤 핫엔드 온도를 240도로 올린 후 압출을 진행했습니다.



압출은 잘 되더군요. 신기했던 점은 분명히 올리브 오일이 묻어서 핫엔드로 들어갔는데, 압출되는 필라멘트에는 기름기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럼 한번 출력을 걸어볼까요?


위 테스트에서 사용했던 STL 파일과 동일한 파일을 사용하였고 적층 높이는 100 마이크론, 핫엔드 온도는 200도, 히팅베드 온도는 50도, 출력속도는 60mm/s로 동일한 조건을 사용하였습니다.



짠! 출력이 한번에 완성되었습니다. 출력 시간은 3시간 30분입니다.


왼쪽의 바퀴 하나가 출력 중간에 히팅베드에서 떨어져 탈조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핫엔드가 계속 막혀 출력하지 못했던 STL 파일을 한번에 출력해버리니 완전 감격했습니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ㅠ_ㅠ


위키피디아(https://en.wikipedia.org/wiki/Olive_oil)에 보면 올리브 오일의 끓는 점이 300 ℃(572 ℉)라고 나와있습니다. 다른 곳을 찾아봐도 160도에서 200도 정도로 기록되어있는 걸 보면 올리브 오일의 끓는 점이 꽤나 높긴 높나봅니다. 그러니 튀김용으로도 사용하는 것이겠지요.


자세한 메카니즘은 잘 모르겠지만, 높은 온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올리브 오일이 높은 온도의 핫엔드로 들어가서 핫엔드 안쪽을 코팅한다는 사실이 일부 맞긴 맞나 봅니다.


핫엔드 막힘 현상을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올리브 오일을 이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발했던 것 같습니다. 새삼 깨닫는 것이지만, 이 세상에는 참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핫엔드 안에 올리브 오일을 넣을 생각을 했을까요?


어쨌든 일단 올리브 오일로 핫엔드 막힘 현상이 해결이 되었으니 이제 출력 좀 해보아야겠습니다ㅎ


이제까지 메이드인네버랜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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