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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팅 관련 정보

3D프린터로 알약을 만든 논문을 소개합니다.

by MadeInNeverland 2016.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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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논문을 다운받은 지는 꽤 되었지만 읽을 시간이 없어서(..) 미뤄놓고 있었네요. 오늘은 International Journal of Pharmaceutics(IF = 3.650)에 실린 Stereolithographic (SLA) 3D printing of oral modified-release dosage forms라는 논문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논문을 읽어야겠다 생각한 이유는, 저도 가지고 있는 Form 1+ 3D프린터를 사용해서 알약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3D프린터로 알약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세상에는 정말 똑똑하신 분들이 많아요ㅠ


저자들이 이 논문을 쓴 이유는, 구강으로 섭취해서 흡수하는 방식으로 알약 크기의 약제를 SLA 3D프린팅 기법을 사용해서 만드려는 시도가 없었기 때문이랍니다(To the best of our knowledge, there has been no attempt to explore the potential of SLA printing to fabrication of unit-dose, oral modified-release dosage forms.). 


역시 과학계나 의학계나 '남들이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내가 해보았더니 의미가 있었다'라는 주장은 정말 멋진 것 같습니다ㅎ


실험에 사용한 약제는 2가지인데요, 4-aminosalicylic acid과 paracetamol (acetaminophen)입니다. 



4-aminosalicylic acid (4-ASA)는 항생제로서 예전에 결핵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그밖에도 염증성 장질환에서도 사용되었다고 하구요. 



paracetamol (acetaminophen)는 진통효과와 해열제로 잘 알려진 약입니다. 써스펜의 원료가 이 아세트아미노펜이죠. 


이 논문에서 이 두 약제를 사용한 이유는 4-ASA는 열을 받았을 때 불안정한 특성(thermally labile)을 가지고 있고, paracetamol은 열을 받아도 안정한 특성(thermally stable)을 가지고 있어 둘을 비교하기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FDM 방식으로 알약을 만들어본 논문에서도 이 두 약제를 사용했다고 하는군요. 


실험계획은 간단(?!)합니다. 빛을 받았을 때 서로 얽히고 설켜서 중합체를 형성하는 물질(photocrosslinkable polymer)와 광개시제(photoinitiator) 그리고 흔히 약제의 첨가물로 많이 사용되는 Poly(ethylene glycol) (PEG300)을 여러가지 비율로 섞고 여기에 4-ASA와 paracetamol을 잘 녹인 후 Form 1+ 3D프린터로 도넛 모양의 알약을 만들어보는 것이지요. 


이 논문에서는 photocrosslinkable polymer로 Poly(ethylene glycol) diacrylate (PEGDA)를 사용했구요, photoinitiator로 diphenyl(2,4,6-trimethylbenzoyl) phosphine oxide (DPPO)를 사용했습니다. 4-ASA와 paracetamol을 위 용액들에 첨가할 때는 농도가 5.9%가 되도록 섞었구요. 


PEGDA와 PEG300의 비율은 90 : 10, 65 : 35, 35 : 65%가 되도록 조절했습니다. 여기서 PEG300은 단순한 첨가물이고 PEGDA가 궁극적으로 빛을 받았을 때 중합체를 형성하는 물질이므로, 이 PEGDA의 함량이 높을수록 빛을 받았을 때 얽히고 설키는 정도가 좀 더 높겠죠?


각각의 결과물들은 X-ray 분말 회절법(X-ray powder diffraction)과 크로마토그래피(HPLC, High-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그리고 전자현미경(Environmental scanning electron microscopy)을 통해 분석되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신체내에서 시간당 얼마의 약이 녹아나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위와 소장, 그리고 대장과 비슷하게 인공적으로 만든 환경에서 테스트하였습니다.



Form 1+로 만들어진 알약입니다. A가 paracetamol로 만든 알약이고, B가 4-ASA로 만든 알약입니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갈수록 PEGDA의 함량이 35, 65, 90%로 높아지구요. 


와.. Form 1+로 알약도 만들어지는군요. 


X-ray 분말회절법으로 분석한 결과 4-ASA와 paracetamol은 알약 내에서 무결정상태(amorphous state)로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즉, 광중합체에 약을 녹였을 때 완전히 다 녹았으며 광경화 과정에서도 결정화가 되지 않고 잘 녹아져있었단 뜻이죠.



위 사진은 90% PEGDA와 4-ASA(A)와 paracetamol(B)을 사용해서 3D프린팅해서 만든 알약의 전자현미경 사진입니다. 약제들이 결정화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지요.


크로마토그래피를 사용해서 약제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 확인한 결과 4-ASA와 paracetamol 둘다 만들려고 했었던 농도와 거의 비슷한 농도가 알약에 포함된 것을 알 수 있었고, 특히 3D프린팅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90% 이상 약제가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전의 연구에서 FDM 방식의 3D프린터로 약제를 출력하여 알약을 만들었을 때에는 열을 받았을 때 불안정한 4-ASA의 경우 50% 이상 분해(degrade)되버렸었거든요. 


즉, 열을 받았을 때 불안정한 약제도 SLA 방식을 이용한 3D프린팅을 사용하면 약제의 분해 없이 안정적으로 알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니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또한 위를 통과해서 소장, 그리고 대장을 거치는 구강섭취의 과정을 모사한 환경에서 3D프린팅된 약제들의 약물 방출 정도를 실험한 결과, 약물의 방출은 PH의 변화와는 관계가 없음을 알 수 있었고 또한 광중합체인 PEGDA의 농도가 낮을수록 빨리 약제를 방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PEG300은 광중합이 되지 않는, 그냥 넣은 첨가물이기 때문에 PEGDA의 농도가 낮으면 얽히고 설키는 정도가 듬성듬성 생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사이에 녹아 들어가있는 약제들이 방출되는 속도가 PEGDA의 농도가 높은 경우보다 훨씬 빠르겠지요?



위 사진은 4-ASA를 사용해서 3D프린팅으로 만든 알약인데 A와 B는 35% PEGDA를 사용해서 만든 것이고, C와 D는 90% PEGDA를 사용해서 만든 것입니다. 여기서 좌측(A, C)는 녹이기 전, 그리고 우측(B, D)는 녹인 후의 모습이라고 하는데요. PEGDA의 농도가 낮을수록(위쪽) 같은 시간동안 4-ASA와 PEG300들이 더 많이 녹아나와서 전체적으로 더 작아진 알약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광중합성 물질의 함량을 조절함으로써 약제의 방출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개인에 따라 약제의 방출을 한번에 빨리 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서서히 방출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SLA 3D프린터를 이용하면 위와 같이 광중합성 물질의 함량을 조절함으로써 개개인에게 각각 맞춘 알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맞춤의약학이라고나 할까요?ㅎ



오늘은 Form 1+ 3D프린터로 알약을 만든 논문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런 저런 결과 다 떠나서 3D프린터로 알약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 신기하군요. 그것도 광경화 방식인 SLA 방식의 3D프린터를 사용해서 말이죠. 


이런 결과들을 보면 3D프린팅의 영역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 점점 더 기대가 됩니다. 진짜 장기를 찍어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말입니다. 


이제까지 메이드인네버랜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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